아름다운 빛과 향을 가진 우리술은 빚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입니다.
술을 빚기 전 마음 가다듬기부터 정성으로 술을 빚는 모든 과정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우선 술을 빚을 몸과 마음과 그릇을 정갈히 하고 신께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만큼 술을 빚는 마음가짐을 소중하게 여긴 것입니다.
마음을 겸허히하고 간절히 가지면 술을 빚는 것도 청결히 하게 되어 아마 잡균의 오염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연을 두려워 하고 아낄 줄 알면 자연도 인간에게 보답하는 법이며, 우리 조상들이 바로 그러하였습니다.
우리 술빚기에서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발효제 역할을 하는 누룩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누룩이란 밀을 갈아 덩어리지게 만들어 곰팡이와 효모를 잘 번식시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먼저 밀을 껍질 채 타개어 물로 되게 반죽을 하고, 이것을 누룩틀에 담고 발뒷굼치로 꼭꼭 밟아 디딘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 곰팡이씨와 효모씨를 앉혀 띄웁니다.
잘 디딘 누룩은 곰팡이가 속속들이 고루 피고 향긋한 냄새가 나야 합니다. 밀을 타개어 껍질째 덩어리지게 띄운 것을 막누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좋은 술을 담기 위해 막누룩을 사용합니다.
누룩은 원료, 제조시기, 형태, 분쇄도, 빛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그 종류에 따라 술맛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합니다.
우리 술의 주된 원료는 사람의 정성스런 손길로 수확한 곡물, 그 중에서도 쌀이었습니다.
중국 송의 사신 서긍의 기행문인 고려도경에 “중국과 달리 고려술은 주로 멥쌀술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술을 빚을 쌀을 처리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쌀을 어떻게 처리해서 사용하는가에 따라 발효 기간 및 술맛이 다릅니다.
생쌀. 고두밥, 인절미, 백설기, 구멍떡, 물송편, 범벅, 개떡, 죽, 익반죽 등 다양한 원료 처리 방법이 있습니다.
술밥과 누룩은 잡균의 오염이 없도록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술밥과 누룩이 준비되면 오염이 되지 않도록 끓여 식힌 물이나 금방 길은 샘물로 술밥과 도토리 알만하게 부순 누룩가루를 함께 버무린 다음 술독에 켜켜로 넣어 술을 빚습니다. 이때 술을 빚는 술독은 반드시 같은 것으로 사용하고 김치나 잡항아리는 쓰지 않습니다. 이것도 잡균의 오염을 방지하려는 배려입니다.
술을 넣어 놓은 술독은 너무 덥지도 차지도 않은 곳에 둡니다.
일단 술이 끓기 시작하면 너무 더워지지 않게 바람을 쏘여 줍니다. 술이 다되어 술찌꺼기가 차분히 가라앉으면 또 한번 술밥과 누룩을 넣어 두번째 담금을 합니다. 이렇게 다 된 술에 다시 한 번 담금을 하여 진하게 빚어내는 것을 중앙법이라 합니다. 이런 중양법을 3번 이상 거듭한 것을 춘주라 부르고 최고급의 술로 칩니다. 술이 익었는지는 술독을 두들겨 보아 맑은 소리가 나거나, 심지에 불을 켜 술독입구에 넣어 불이 꺼지지 않으면 바로 술이 다 된 것입니다.
맑은 약주를 받아내는 방법은 술독 가운데에 용수를 박고 용수의 틈새로 스며들어 고인 전주를 조용히 떠내면 이것이 진짜 우리의 청주이고 약주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주 진하고 맛있는 약주를 얻게 되는데, 더 많은 약주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술덧을 모두 자루에 담아 약틀에 짜내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한 약주를 떠낸 후 남은 술덧에 물을 부어 섞은 후 체에 밭아 밥알을 으깨고 찌꺼기를 걸러 낸 것이 바로 막걸리입니다.처음부터 막걸리만을 얻기 위해 빚은 고급탁주를 순탁주라고 하는데,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야 할만큼 진한 이화주 같은 막걸리가 이에 속합니다.
소주는 술 덧을 거르지 않고 솥에 넣어 끓여 알코올 증기를 받아낸 것을 말합니다.
이런 조작을 증류라고 하는데 아라비아의 향수 만들기로부터 발전한 기술이 몽고침략 때 전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솥에 불을 때면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 알코올 증기와 향 성분들이 먼저 기화되어 소주고리 윗부분에 부딪칩니다. 이때 뒤짚어 얹어 물을 담아 놓은 솥뚜껑 바닥에 증기가 부딪치면서 온도차이 때문에 술방울이 맺히는데, 이렇게 맺힌 술방울을 옆구리의 주둥이로 받아내면 바로 소주가 되는 것입니다.
돗수가 높은 소주를 얻고자 하면 이런 과정을 거듭하면 되고, 대개 이런 방법으로 소주를 내리면 45도 정도의 소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술을 빚고 보관하고 마시는 도구와 그릇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술독은 크기에 따라 대독, 독, 큰 항아리, 항아리, 단지로 나뉘어 집니다. 술독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술 맛도 무궁무진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술을 마시는 그릇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배와 잔, 사발 등으로 나뉘며, 술병은 크게 나누어 주병, 오리병, 호리병, 각병, 자라병, 편병 등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멋은 구석구석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이는 술을 담거나 보관하는 도구 역시 조상들의 투박하지만 자연적인 멋과 실용적인 기능이 녹아있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반면 중국의 술병과 술잔은 술의 용도나 종류에 따라 그 기능성을, 일본은 인공적으로 보여지는 美에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 전통주의 모습과 술빚기가 얼핏 초라해 보이는 도구와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아 실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이치에 맞게 창조된 우리의 술을 마음 가득히 느끼고 알아 나간다면 우리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의 합일 속에 드러내지 않는 벗, 사람의 몸을 해치지 않는 음식과도 같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신, 그리고 사람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약과 같은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술입니다.
藥食酒同源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술에 대한 생각을 오늘, 우리는 그 근본에서부터 바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