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을 마시는 순서 중 첫 번째, 눈으로 보기입니다.
우리술의 다양하고 고운 빛깔에 취하다.
약주 잔에 3분의 2가량 술을 채우신 다음, 탁도 (술의 맑은 정도)와 색을 관찰합니다.
술의 맑은 정도는 술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뿌옇지 않고 맑은 술이 좋을 술입니다. 우리술의 기본 색은 선명한 황금색으로, 색이 옅을수록 담백한 맛, 색이 짙을수록 진한 맛이 나며, 부 원료로 들어간 약재, 꽃잎 등에 의해, 그 원료 성분의 고유한 색이 그대로 술 속에 들어가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옛 선조들은 그 색이 너무 아름다워 술 빛깔에 따라 술 이름도 지었는데요, 술 빛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백하주, 그 색이 푸른 파도와 같다는 데서 붙여진 녹파주 등이 있습니다.
우리 술을 마시는 순서 중 두 번째, 냄새 맡기 입니다.
술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향에 취하다.
술의 향을 맡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술잔을 코로 가까이 가져가서, 가장 기본이 되는 향을 먼저 맡고,그 다음 술잔을 가볍게 흔들어 술 안에 있는 다양한 향들을 맡으면 됩니다.
우리 술의 제일 기본이 되는 향은 누룩향 으로, 어느 지방의 어떤 원료로 만든 누룩을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술의 기본 향이 틀려지게 됩니다. 이러한 누룩향은 품격 높은 전통 약주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향으로 기호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약주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 밖에 우리 술에서 느껴지는 향은, 사과향이나 배향과 같은 과실향, 아카시아꽃 등의 꽃향, 귤, 레몬 같은 새콤한 향, 농익은 과일 느낌의 달콤한 향, 약재향 (약재가 첨가된 술의 경우) , 쌀향 (원료향) 등이 있습니다. 사과향이나 배향등의 은은한 과실향은 발효과정을 통해 생성되며, 이러한 향들은 대개 저온 숙성시킨 약주에서 좀 더 풍부한 편입니다.
우리 술을 마시는 순서 중 세 번째, 맛보기입니다.
부드럽게 감기는 맛의 여운을 즐기다.
우리 술은 대개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보다 강한 편인데, 예전 전통방법대로 술을 빚어 맛을 보면, 너무 시고 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맛은 우리 술만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술들과 비교하여 너무 달다, 또는 너무 시다고 단정지어 평가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술에서 6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단맛, 떫은 맛, 신맛, 구수한 맛, 쓴맛과 매운 맛, 청량미가 그것으로써, 6가지의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좋은 약주라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의 경우에는 발효를 일찍 끝내 포도당의 잔류량에 따라 스위트에서 드라이까지 단맛의 강약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우리 술의 경우에는 덧술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때, 일정한 알코올 농도를 지나게 되면 포도 당 생성량이 알코올 분해속도보다 앞서서 단맛이 남게 됩니다.
TIP :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발효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경우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단맛의 정도에 따라 약주를 선택할 때는 인공적인 감미료에 의한 것인지, 덧술법에 의한 것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술법이란? 효모가 알코올로 분해해감에 따라 단맛이 줄어드는데, 이때 쌀과 누룩을 함께 보충해서 재차 발효가 일어나게 하는 법 입니다.
우리 술의 신맛은 누룩 속의 미생물 조성과 유산균, 그리고 발효 경과에 따라 젖산,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등 다양한 유기산에 의해 생기는 자연적인 산미로, 온화하고 상쾌한 산미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TIP : 술 맛이 너무 시큼하고, 오래된 김치냄새, 식초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으로 인해, 산패가 일어난 것이며, 이는 상한 술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마시기 전에 미리 향을 맡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통 약주에서는 단맛과 신맛 이외에도 쓴맛, 떫은 맛, 구수한 맛, 매운 맛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쓴맛은 효모 등의 대사 산물이나, 부 원료로 첨가된 약재에서 주로 유래합니다. 이 쌉싸름하게 퍼지는 맛은 입맛을 돋구고, 뒷맛을 깔끔히 마무리 하는데 좋은 역할을 합니다.
떫은 맛은 주로 감이나 도토리 등에서 느껴지는 맛과 유사한데, 적당한 떫은 맛은 고기류의 안주와 잘 어울립니다.
구수한 맛은 곡물 발효주의 특징적인 맛으로 곡물의 피질에 있는 단백질들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나는 자연스러운 맛이며, 이러한 구수한 맛은 약주의 맛을 한층 부드럽게 해 줍니다.
매운 맛은 주로 알코올에 기인하지만, 감미와 산미, 그리고 다양한 향에 어우러져,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술의 적정 시음온도는 어떻게 될까요?
술은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옛 선조들은 술의 종류나 관능적 풍미에 맞게 다양한 온도로 즐겨 마셨습니다.
옛 고전서인 [규합총서]에,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하리" 나온 것과 세시풍속으로 정월 대보름에 청주 한잔을 차게 하여 마신 귀밝이 술은 술을 차게 즐긴 예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거냉(去冷) 이라 하여, 술이 든 양풍를 끊고 있는 솥에 넣었다 빼어 술에 있는 찬 기운을 없애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차갑게, 중후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다 덜 차갑게 즐기면 원하는 술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신윤복의 (선술집: 주사거배酒肆擧盃)
주모가 거냉(去冷)하고 있는 조선시대 술집을 그린 그림
우리 술에 맞는 시음 잔은 무엇일까요?
전통 주기(酒器)로는 잔과 배가 있는데, 잔은 배에 비해 비교적 작은 것을 말합니다.
약주를 마실 때에는 비교적 온도 편차가 적은 도자기 잔으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유리잔을 사용할 경우에는, 입구가 바닥보다 넗어서 약주의 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잔이 좋습니다.
술에는 빠질 수 없는 술안주~ 우리 술과 어울리는 음깃을 골라보겠습니다.
술을 즐기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술과 함께 동반되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안상이라고 하여,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에는 술과 안주로 주안상을 차렸습니다.
주안상에는 그 집에서 빚은 가양주 또는 그 계절에 맞는 계절주와, 계절에 맞는 안주들로 차렸으며, 일반적으로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한번에 집어먹기 쉽게 차렸습니다.
육포, 어포, 실백, 호두 등의 마른 안주류와 생선전, 고기전, 채소전 등의 전류, 전골이나 찌개류, 생굴이나 생선회, 어리굴젓, 창란젓 등의 젓갈류, 편육류 등을 함께 놓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맛과 향이 풍부한 약주는 육류와 잘 어울리며, 가볍고 담백한 약주는 어패류 등과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감미가 적고 산미가 다소 있는 약주는 식사 전의 반주로 입맛을 돋구는데 좋으며, 산미가 적고 감미가 다소 있는 약주는 식사 후, 떡 등의 다과류와 함께 즐기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술을 더 맛있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좀더 맛있게 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데, 약주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생(生)주 자체로 오랜 기간 보관하면 술 안에 들어있는 미생물(효모, 유산균 등)들이 변질되어 술이 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술 속에 포함되어 있는 효모 등 미생물을 없애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이산화황이라는 산화방지제를 사용하고, 청주는 가열 살균과 약품 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약주는 65도로 저온 살균법만 사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다른 술들에 비해 보존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웰빙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술은 보존료를 넣지 않기 때문에, 풍미가 쉽게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술의 풍미를 변하지 않게 하려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빛에 노출이 길어지면, 색깔이 탈색되고, 빛에 의한 2차적인 화학반응으로 인해 맛과 향이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또 고온에서 오래 방치될 경우에도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 보관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